냉수에 꽃잎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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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셔밀트의 '사라진 딸'

냉수에 꽃잎 하나 2017. 2. 3. 12:14

제인 셔밀트의 '사라진 딸'



설 명절에, 연휴기간에 책을 읽으면 좋겠다 싶어서 책을 잔뜩 빌렸다.

물론 다 읽지 못했지만..ㅎㅎ

그래도 책 한권은 다 읽었다~

정말 오랜만에 책을 다 읽은 것 같다ㅎㅎㅎ



어떤책을 빌릴까 고르던 중 '사라진 딸'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책 표지가 약간 으스스 해 보여서ㅎㅎ

공포나 스럴러는 아닐까 했는데,

책 뒷편에 있는,

책장을 덮었을 때 느껴지는 먹먹한 울림!
나는 내 가족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 말을 보고는 가족이야기 인가 싶어 빌렸다.



  책 표지 여기저기 보이는 문구대로, 딸이 사라졌고 이 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엄마 제인의 눈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딸이 사라지기 전 17일 전 부터 딸이 사라진 13개월후의 '현재'까지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하며 하나씩 풀어가는 소설인데ㅎㅎ

 그냥 화자의 일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거기 비밀이 다 숨어있었던 것을 보고는 정말 잘 짜여 졌구나 싶었다.



책장을 덮었을 때 느껴지는 먹먹한 울림!
나는 내 가족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 문구 때문인지ㅎ 처음엔 책을 읽으면서 내 감정을 저 문구에 맞추어 가려고만 했었다.

 그래서 부모가 의사이고 완벽한 가정이지만, 그 숨겨진 비밀과 딸의 상처, 이 딸은 가족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라고 혼자 생각하며 보다보니 처음엔,, 자기가 하고싶은 '일' 하면서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늘 바쁜 '엄마'에 대해서 짜증나고 답답했다. 그리고 사라져 버린 딸의 심정을 이해하겠다며 읽었는데 읽다보니 아이러니한 감정에 서게 되는 나를 보게 되었다.




 한편으론 소통의 부재로 완벽한 부모님께 실망시키기 싫어서 한번두번 하던 거짓말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어 결국 집을 떠나리라 마음먹은 딸의 심정, 그리고 아들들의 심정도 이해 되다가, 좋아서 했든 어쨌든 직장일과 가정일을 병행하는 '엄마'의 심정. 바빠서 항상 제대로 얘기 할 시간이 없었지만, 그래도 딸이 사라진 후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딸은 찾는 엄마의 마음. 그리고 아들들에게 일어나는 일들.. 믿었기에 더 놀라움이 컸을 엄마의 심정. 이 둘 다 이해는 되었다.



 엄마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얘기하는 사람들,

자식들의 입장에서 소통의 부재였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완벽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실제로는 겉만 그렇게 보일 뿐 사실은 모래위에 지은 집 이었다고 하는 사람들.

나도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 보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 말에 공감이 되었지만 그런 나는 스쳐 지나갔을 수 있는 한 부분을 짚어보고 싶다.



이 사건의 중요한 열쇠였던 의료사고.

난 이 부분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당연히 안했지. 그럼 잘못을 인정한다는 게 되어 버리는데 p.401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로서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자신을 용서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해요.
당신은 대체 어느 세상에 살고있는거야, 제니? 미안하다고 입만 한번 뻥긋하면 옳거니 하고 바로 고소하는게 세상이라고.
그럼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니까 그 사람들이 고소를 안 하던가요? 결국 고소 했잖아요 p.402


 마약하는 아들과, 딸이 열 다섯 이란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갖게 되는 이런 일들이 (그래도 우리나라는 이 정도까진 아니지만) 물론 부모님과 얘기할 시간도 부족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어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결국 의료사고가 시발점이 되어 그 보복의 연장선에서 "아들의 마약과 사라져 버린 딸"이라는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다.


 화자가 지난 일을 돌이켜 보는 부분에서 "의사는 자신들이 신들인 것 처럼 군다"는 내용이 얼핏 기억난다.

 그래서 그러한 오만함 때문일까? 의료사고였는데도 인정하지 않는 부분들. 잘못을 그냥 외면해버리고, 실수로 인한 배상을 하지 않기에만 급급한 모습들. 이런 모습들로 인한 결과이지 않나 싶다.

 문득 TV의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의료사고를 덮기위해 환자를 퇴원시키려는 병원측, 취재 조차도 못 하게 하는 병원 관계자들, 그리고 의료사고를 가리기 위해, 죽은 환자를 부모가 볼 수도 없게 하면서 급히 화장했다던 이야기들..


실수한 사람의 입장에선, 피해 입은 사람들이 무조건 물질배상만을 원하고 소송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잊어버리는것 같다. 

때로는 사람들이 "미안하다"라고 하는 진심어린 말을 바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딸을 이제 거의 다 찾은 상황에서, 자신의 딸이 자기에게 뛰어와 안길 거라는 생각을 하는 화자를 보며 '정말 착각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그러면서도 정말 마지막에 딸이 엄마를 보고는 그냥 휙 외면해 버렸던 장면에서 '저런 되먹지 못한 애가 있냐' 하면서 욕해주고 싶었던 소설.

참 아이러니한 감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소설의 대부분의 모든 부분에 암시를 담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한 소설.

사라진 딸.